변종
충남 태안군 만리포 앞바다. 한 방송기자가 기름 범벅이 된 바다를 배경으로 카메라 앞에 서서 리포터를 촬영하고 있다.
“오늘 오전 7시 15분, 만리포에서 북서쪽으로 1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해상크레인을 적재한 1만 1천 800톤급의 부선이 정박 중이던 홍콩선적 14만 6천톤급 유조선 허베이 스프리트호를 들이받으면서 오일탱크가 뚫려 원유가 바다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뉴스제작팀 중 다른 한 팀은 헬리콥터를 타고 상공에서 바다를 촬영했다. 검은 띠가 점점 넓게 퍼져 가고 있는 바다를 찍던 카메라 기자가 취재 기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프로펠러의 소음 때문에 크게 소리를 질러야 했다.
“피해가 엄청나겠는데요.”
취재기자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큰소리로 대답했다.
“역대 해양오염 사고 중 제일 크겠어.”
* * *
“박사님, 우리 아이 괜찮겠죠?”
“진정하세요. 그 동안에도 힘든 때가 많았지만 고비를 잘 넘겼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별 일 없을 겁니다. 가연이 같은 경우는 저희도 처음 봅니다. 이번에도 호흡장애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희귀사례로 본격적인 연구를 해봐야겠습니다.”
“그럼 또 검사를 몇 가지나 하나요?”
“필요한 검사는 다 해봐야죠. 이번에는 제발 원인이 나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