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프
“얼마나 많아야 충분할까? 나눔과 연대와 공동체에 관한 한, 아무리 많아도 부족함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세스 고딘, 《이카루스 이야기》 저자
“풍요로운 삶이란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행동하느냐의 문제임을 알려 준다.” -스콧 벨스키, 《그들의 생각은 어떻게 실현됐을까》 저자
"냉장고를 비우고 인생이 바뀌다"
어느 날 저자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카드청구서를 받고 고민에 빠진다. 연말 선물 쇼핑에 무려 1600달러를 쓴 것. 몇 달 간 허리띠를 졸라매야겠다고 아내와 함께 궁리하다가 아예 한 달 동안 먹거리를 사지 않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해서 냉장고, 냉동실, 팬트리를 샅샅이 뒤져 연명하는 음식 발굴 실험이 시작된다. 냉동실에서는 고기와 빵, 있는지도 몰랐던 각종 냉동식품을 줄줄이 꺼내 먹어 치우고, 찬장을 뒤져 국수, 통조림, 팬케이크 믹스를 하나씩 해치운다. 버터가 떨어지면 올리브유로 대체, 소스 없이 스파게티면만 먹기…애초에 한 달 계획으로 시작한 실험이었는데 이들은 집에 있는 음식으로 7주 동안 147끼니를 해결했다.
정리와 수납의 역설
저자는 문득 비좁은 주방이 있었던 작은 신혼집을 떠올린다. 식품을 저장할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그때그때 장을 봐서 더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었던 시절이다. 수납공간이 많은 큰 집에 살면서부터는 쓸데없이 먹거리를 쟁여놓고 있었다. 우리는 정리를 잘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수납공간을 마련하지만 수납공간이 많아질수록 살림살이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쉽게 놓친다. "정리함과 라벨을 이용해 정리하면 더 많은 물건을 편리하게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정리를 잘한다고 해서 삶이 더 단순해지지는 않는다. 그냥 정리를 잘하고 사는 것뿐이다."(53쪽)
좋은 삶에는 적정선이 있다
소비중독의 시대, 우리는 더 공허해하고 비교의식에 시달린다. 도대체 어느 정도면 충분한가? 이 책은 소유의 적정선을 정하고 그보다 넘치는 것을 이웃에게 흘려보내며 더욱 충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옷장에 있는 모든 옷을 한번만 입고 며칠을 버틸 수 있는지 실험한 뒤 옷이라는 자기만족에서 자유로워진 젊은 여자, 걸어서 직장에 출근하는 실험을 시작한 간호사, 분주한 일상에 지쳐 스스로 일주일에 한번으로 외출금지령을 내리고 '충분한 시간'을 탐색하는 사람. 불필요하게 남는 것을 포기하고 자유로운 충분함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삶임을 보여주는 체험담들이다.
"내 삶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때마다, 이 질문은 새롭게 내 앞에 던져진다. … 나는 이 질문을 탐색하는 가장 순수한 길이 공동체에서 가능하다고 믿는다.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결정할 때, 혼자서 하는 결정보다 더 좋은 결정이 나온다. 공동체에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만만치는 않지만, 결과는 훨씬 좋다. ... 사람마다 지닌 다양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미래를 더 좋은 이야기로 만들어 준다."(267쪽)
"레이첼 보츠먼은 《위 제너레이션》에서 '공동 소비를 통해 사람들은 소유 대신 재화와 서비스 사용권의 막대한 유익을 맛보게 된다. 동시에 돈과 공간과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새 친구를 사귀고, 적극적인 시민이 될 수 있다'라고 썼다."(268쪽)